여인은 다름 아닌 자하옥녀 진소봉이었다 천풍은 그만 떫은감 씹은 듯한 표정을
낭패로군 하필 이런 자리에서 저 여인을 만나다니
하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
두 남녀의 시선이 묘한 의미를 담은 채 마주쳤다 그런데 웬일인지 진소봉은 고개
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은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러자 귀마
어 소봉 갑자기 왜 그러느냐 뭐 못 볼 것이라도 봤느냐
그 말에 중인들은 한바탕 대소를 터뜨렸다
야 이거 놀라운 일인걸 저 말괄량이가 부끄러워할 때도 있으니 말이야
모두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인 듯했다 진소봉이 눈꼬리를 바짝 치켜세우며
그리곤 푹 고개를 숙이자 귀마신동은 기회를 포착한 듯 더욱 주절거리는 것이었다
흐흐흐 몰라 알겠다 알겠어 이제 보니 주공께 완전히 빠졌구나 키킥 거야
당연한 일이지 천하에 어떤 여자가 우리의 주인님을 대하고 방심이 흔들리지 않겠
느냐 암 그야 당연한 일이고 말고
진소봉의 눈꼬리가 앙칼지게 찢어지고 있었다 단단히 독이 오른 모양이다
꼬마 할아버지 정말 그럴 테야 또 한 번 놀리면 그땐 정말 참지 않을 거예요
진소봉은 분기를 참지 못하고 바르르 떨었다 그러다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녀의
봉목이 휘둥그래졌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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